의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의 수학 미적분 수업을 마치고 창문 밖을 보았다.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와 더 작은 초등학생 그리고 백발의 늙은 어미와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. 중학생 남자아이의 손에는 한가득 검은봉지를 들고 낑낑 되고 있었고 더 작은 아이는 형에게 지지않으려는 듯 조그만 가방을 들고 있었다. 그들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.(노파에게는 아들이겠지만.) 마침 아버지의 차로 보이는 검은 세단이 다가서자 작은 아이는 손을 흔들어 아빠라고 외쳤다. 사거리에 서있는 그들 사이로 아버지는 비상 깜빡이와 함께 천천히 차를 정차하였다. 다른 차들이 다 지나가자 큰 아이가 먼저 차에 다가서서 차문을 열고 자기 손에 든 짐을 싣고 동생의 짐까지 싣으러 하자 동생은 냅따 차에 탑승해 버렸다. 아주머니는 백발의 할머니에게 돈을 쥐어주고 부리나케 차에 타고자 뛰어서 탑승했다. 할머니의 손에는 만원짜리 뭉치가 보였다. 할머니는 "돈을 와주노" 하시면서 돌려주려고 하였으나 네 가족 모두 차에 탄 시점에 할머니는 돌려 주지 못하였다. 그러나 이내 할머니는 돈을 세어 보이셨다. (본인 또한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지만 세어보시지는 않지만.) 어느새 그 돈은 할머니의 쌈지 주머니에 들어간 상태가 되었다. 차는 아이들의 "할머니 저희 갈게요.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" 와 아버지의 "갈게요 엄마" 와 함께 본인들의 행선지로 출발했다. 할머니는 손을 흔들며 시선은 차에 고정되어 멈춰 있었다. 차가 어느 정도 간 듯 할머니의 걸음은 집으로 향했다. 그 걸음 걸음마다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. 그 걸음중 갑자기 멈춰서 다시 한번 차가 간곳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. 이 짧은 장면이 나에게는 나의 돌아가신 외할머니, 그리고 나의 어머니가 순간 투영되어 보이는 건 타지에 있는 나의 향수병탓인지. 아니면 그들의 모습에 색다른 감회가 있었던건지 모르겠다. 다만 할머니의 핏줄에 대한 마음만큼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워 보이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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